박광정 선배.보고싶다...





그 사세 쫑파티가 있던 날..

낮에 컴퓨터 앞에 앉아 노희경 작가님과의 인터뷰 내용 정리하고 있을 때.. 선배의 부고소식을 문자메세지로 받았어

아...

바로 이틀전 대학로에서 한지승 감독님께 선배가 위독하다는 말씀을 듣고.. 방송만 끝나면 찾아 뵈야겠다 그렇게 생각 했더랬어..

3년쯤 됐나..모르겠다..확실치 않어 안면도에서 '두번째 프로로즈'찍을 때 봤었지

'여어..오랜만이다..'잘지내지?" "네....형도..아니 선배님도 잘 지내..시죠?'(어색) 그때도 참 오랜만에 보는 거였는데 참 밍숭맹숭하게 인사하고 말았지.. 드문드문 근황묻고..연극얘기 좀 하고..

원래도 말 수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술자리에서도 변함없이 조용하기만 했던 모습으로 기억돼

'마술가게'가 그러니까 98년이었지형이 연우무대로 찾아와 내게 마술가게 대본을 주면서..

조금 미안해하며 출연 섭외를 했었어

마네킹..옷가게에 진열되어있는..

공연 의 대부분을 무대뒤에 꼼짝없이 서있기만 하고.. 중간중간 '극중 극'의형태로남자 배우들의 상대역을 했었지.. 난 참 재밌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도..참 재밌었어 역시..꼼짝 않고 서있는게 젤루 힘들더만..

지금 떠오르는 기억은 몇 안돼..

연습실.. 이리 저리 배우들이 스스로 움직여보고 판을 짜는 걸 가만히 지켜보다, 살짝 정리만 해주던, 참을성 많은 연출이었던거... 아주 간혹 흘리듯 칭찬 해주던 거.. 연극 4년 하는 동안 가장 적은 대사가 주어진 역이었는데 이연극 덕분에 난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캐스팅이 되었지....

함께 즐거워해주던 선배... 떴다고 연극 안하는 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난 형 말대로 영화 데뷔이후 고작 두편의 연극밖에 하질 못했어. 연극하는 게 젤 재밌다고 하면서도, 돈때문이든, 커리어때문이든

늘..연극은 방송이나 영화보다 다음 순위로 미뤄뒀었지. 광정선배는 참...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연극을 지속해왔잖어. 연기 뿐아니라 연출로...정말 돈 안되는 건데.. 방송과 영화로 번 돈..아니 그이상을 연극을 제작하고, 극단을 만드는데.. 쏟아부었지..

비언소, 마술가게, 매직타임, 날보러와요....

선배의 연극은 참 달라..음..형같애..웃긴 듯 슬프고, 뭔가 우당탕탕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여백이 있고, 직설적인데 가르치려드는 것 같진 않고..거친듯 새련된...물론 많은 실패가 있엇지...그래도 .형은 계속했지..형이 생각하는 연극을..

형 참 많이 고마워나 영화데뷔도 시켜주고, 생전처음 해외여행 도 시켜주고(마술가게가 밴쿠버에서 공연했었잖어..그게 내 첫 해외여행이었어) 그 오랜 세월 대학로에서 수많은 흥행 참패와, 이제 그만하라는 충고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거기, 그렇게, 형의 연극을 지속해줘서...고맙다고만 할께...

미안하단 말은 빼고..

형 덕분에 참 오랜만에 다른 선배들과 만나 길게 술마시고, 울고, 웃었어..(응..웃기도 많이 웃었어..그러다 또 울고..) 형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여진이....슬슬..무대 서야지...." 응 그럴께..형...약속해.. 훌씬 더 자주 무대에 설께 (캐스팅 될라나 모르겠다..)

형은거기서.또 열심히 연출하고, 극단도 만들고, 연기도하고 그럴거지? 그게 제일 재밌을테니까...쉬라고해도 쉴 사람도 아니니까..즐겁게, 행복하게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