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억제 수단은 필요 … 미•중이 상호 설득하게 해야 - 하영선,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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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2
[사드 한국 배치 논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사드(THAAD)라고 불리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가 안보 논쟁의 ‘블랙홀’로 떠오른 양상이다. 한국을 둘러싼 모든 안보 이슈가 사드에 귀결되기라도 하는 분위기다. 보수냐 진보냐, 혹은 친미냐 친중이냐는 진영에 따라 찬반도 엇갈려 자칫 국론이 두 토막으로 갈릴 판이다.

우리의 필요나 의사보다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더 크게 부각돼 한국이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미국·중국·북한을 대해야 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하영선(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과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사드 배치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논의가 지나치게 가열돼 오히려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정인=기본적으로 논의의 순서가 틀렸다. 사드는 최선이 아닌 차차선의 선택이다. 먼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도록 외교적 접근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는 선제타격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공세적 방어다. 이것마저 제대로 안 될 때 마지막 단계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다. 하지만 최근의 논의에서 예방외교적 접근과 공세적 방어 능력 증강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오도된 구체성의 오류’를 지금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영선=사드가 가지고 있는 복합성에 비해 너무 단순화된 논의들이 행해지고 있다. 미·중 사이에 낀 딜레마의 문제 이전에 남북한 간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위협의 존재부터 출발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는 북한의 공격용 미사일 무기체계에 자주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추가적으로 미국의 억제체제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활용하는 미국의 억제체제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안보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용 미사일 무기체계에 대해 최소한의 억제용 무기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북한의 정치적·군사적 선택을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사드가 우리에게 적합한 미사일방어 체계인가.
▶하=남북한이 냉전적 군사 대결을 하는 동안엔 불가피하게 적절한 억제체제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군비경쟁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최소한의 억제력은 불가피하다. 생존의 확실한 담보를 위해서는 킬 체인이나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같은 저고도 요격과 함께 이중적 생명보험 형태로 고고도 사드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다.
▶문=미사일 방어는 미국적 개념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큰 자연적 장애물이 놓여 있는 지리적 환경에서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대응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전에 지상 또는 해상에서 요격했는데 실패했을 경우 하강하는 종말 단계에서 쏘는 것이 사드다. 왜 우리나라에서 차차선택인 사드 배치가 최우선적으로 논의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듯하다.
▶문=최근의 사드 논의를 보면 ‘허깨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나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한 번도 공식 거론한 적이 없었다. 언론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언론의 과열 보도를 부추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하=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심을 잡고 부처 간 의견을 교통정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중국은 과잉대응하는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사드 논의가 언론에 의해 증폭이 되니까 중국은 한국 언론에 주목했다. 중국에선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대북 억제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한·미·일 3국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북한에 대한 위협보다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드가 들어오면 한·미·일 남방 삼각축과 북·중·러 북방 삼각축 사이의 대결구조가 생기면서 신()냉전 구도가 생긴다고 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냉전 체제를 원치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안보는 미국으로부터 얻는다’는 비판이 있다.
▶하=만약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이 주관적으로 위기를 느낀다면 불충돌과 불대항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 신형대국 관계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일차적으로 상호 설득을 해야 한다.

-사드로 북한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가.
▶문=설령 요격 능력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한반도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조짐을 사전에 탐지했을 때나 요격이 가능할 수 있다. 북한이 유인용(decoy)으로 먼저 재래식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사드 1개 포대가 최대 48기의 요격용 미사일을 다 소모하면 재장전해 대응하기가 기술적으로 힘들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하=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가 가지고 있는 국방·외교 등 여러 측면의 복합적 요소를 다양하게 검토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을 수는 있다. 북한의 공격용 무기체계가 가지는 정치적 그리고 군사적 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응군사적 검토가 필요하며, 동시에 우리 힘만으로 부족한 경우에 동맹국 미국의 억제 무기체제를 활용할지의 여부와 이러한 선택이 가져올 중국의 반응에 대한 외교적 검토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 NSC나 국방부가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국민적 중지를 못 모으는지 안타깝다. 종심이 짧은 한국적 지형은 방어에 굉장히 취약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는 것은 우리를 심리적 패닉 상태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가 있다. 이런 것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거치고 대안을 만든 상태에서 사드가 나와야 대국민 설득이 되는데 그러질 못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관리체계에 혁신이 필요하다. 국방부와 외교부의 입장이 충돌하면 NSC가 나서야 한다. 이것을 조율하면서 하나의 통일되고 일관된 정책을 내는 것이 NSC의 역할인데 이번에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지금의 NSC는 방관자처럼 보인다.

-미국은 공식 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드의 한국 배치 의지가 강해 보인다.
▶하=미국은 1차적으로 주한미군 28000만 명의 확실한 안전 확보에서 검토하고 있다. 미국 입장으로선 적절한 억제체제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미국은 처음에는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다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한국이 구매하도록 하는 듯했다. 우리 국방부도 구매 쪽으로 가다가 여론이 나빠지니까 이번엔 구매 계획이 없다고 했다. 최근에 나온 건 한국이 일부를 구매하고 미국이 주한미군에 자체 배치하는 절충형이 돼 가고 있다. 배후에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고 본다. 이들의 교묘한 언론·정치플레이에 우리가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야 한다.

-북한 압박을 위해서는 군사적 효율성을 떠나서라도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남북한 평화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군사적인 긴장이 계속된다면 생존 전략의 기본 원칙에 따르자면 한국은 최대한의 보험을 들고 싶을 것이다.
▶문=사드라는 보험을 들어도 핵 미사일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요격이 어려워도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되지 않느냐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한국이 곤란한 입장이다.
▶하=갑과 을이 뒤집혀서 미국은 우리보고 주권의 문제라고 하고, 중국도 우리에게 중국의 안보를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을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차적으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구조에서 보험용 무기체계를 선택해야 하며, 만약 사드 배치가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과 중국이 일차적으로 조율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의 타협점이 마련된 것처럼 군사무대가 경제무대보다 훨씬 힘들지만 반드시 양국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당히 잘못된 메시지다. 미국 스스로가 숙제(북한과의 협상)를 해놓고 중국더러 ‘우리가 북한과 협상하는데 당신들도 해라’라고 하는 식이 돼야 한다. 미국이 자신은 평화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중국에 ‘아웃소싱’ 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동맹인 미국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에도 투명성 있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우리 국민여론이 이러니까 당신들이 북한문제에 도움을 주든지, 아니면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면 이렇게까지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미국·중국에는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문=사드 논쟁은 북한에 대한 좋은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 당국자가 북한과 비공개 접촉도 하고 남북 현안 얘기하면서 사드 문제를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보여야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겠는가. 미국에는 그들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 중간 관리들의 한마디에 난리법석 떨지 말고 기다리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채널이 좋으니까 이를 활용하면 된다. 중국에 ‘3NO’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고 변화가 생기면 충분히 협의할 테니까 이것을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말라고 당부해야 한다.
▶하=정부뿐 아니라 언론과 학계도 신중해야 한다. 보수나 진보 모두 구시대적인 냉전구도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한국이 갑이 되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을 충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미국이나 중국에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정을 확보하고, 동아시아에서 초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형의 미·중 관계를 원점으로 돌리지 않는 제3의 길을 찾자고 제안해야 한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