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원동력 – 재미


11.11.11

10일 어제 드디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51) 309일 만에 농성을 풀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배우 김여진씨
평화재단 청년리더십아카데미에서 김여진을 만났습니다

- 김여진씨가 집중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문제, 왜 관여를 하시게 된 건지 무엇을 호소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고공 농성에 대해서 들어는 봤었어요. 크레인에서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두 사람을 잃고 받아낸 약속이 '정리해고를 할 때는 노조와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법적 효력에 관해서 알아 보니 단체 협약은 회사가 어기면 벌금이 2000만 원 정도라서 어겨도 그만인 것이라고 합니다. 목숨을 걸고 그것을 따냈는데 여론만 잠잠해지면 휴짓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올라갔던 것도 평생의 친구를 잃으면서 얻은 약속인데 그게 무시되고 다시 정리해고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진숙씨는 트위터에서 처음 만났어요. "위에서 뭐하세요? 크레인 움직이시냐?" 말을 걸었더니 기가 막히셔서 웃곤 하셨어요. 단식을 오래 하셔서 음식을 잘 못 드시고, 고구마로 만든 죽 같은 것만 드시고요. 사진도 올리고 친근하게 친구처럼 지내게 됐고 농담을 참 잘하십니다. 건강하셔야 한다고 했더니 너나 잘하라며 늘 남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이 어떤 고통에 있는지 사람들은 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것... 씻고, 배설하고, 바람, 모기 등등 그 괴로움이 대단한데, 그것에 대해 정치하시는 분들과 기업하시는 분들의 태도를 보면 '저 분들은 이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 안하는구나' 싶었어요. '좌빨'이라고만 하고 데모꾼이라고만 봤어요.

그러던 중에 용역을 동원하는 문제가 있었고, 뜻이 강경하다 보니 용역들이 침탈하면 뛰어내리실까 불안했습니다. 바로 달려가서 크레인이 보이는 앞에 서서 "나 여기 와 있다." 했어요. 1, 2차 희망버스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하게 됐고 남편 다음으로 김진숙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이제 희망버스 못 간다고 전했어요. 친한 친구였는데 정말 딱 끊으셨어요. 놀랐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하셨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을 지켜보면서 아이를 지켜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그 분도 잘 알고 계셨고, 그 분은 저를 배려해서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한동안 트위터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다가 조금 지나서 메일을 보내셨어요. 잘 지내느냐 궁금하다고...

지금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제일 크신 분이고, 저 분 때문에 알게 된 많은 사실들이 있어요. 청문회 때 한 국회의원이 조남호 회장에게 처음에 돌아가신 노동자 사진을 보여줬더니 모른다고 했어요. 조남호 회장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이지요. 어떤 것을 어겼는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었어요. 계속 되뇌는 말은 절차 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했다는 것.

그러나 그 책임은 경영진에 있는 것인데 필리핀으로 노동력을 돌려서 또 부려먹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일삼기 쉽고, 임금 적게 주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동하게 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면서요. 노동 유연성은 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사고가 박혀 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모순이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배우 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참여를 하시니까 비판도 받고 그러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소외 받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무엇입니까? 어떤 힘을 갖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비판을 감수하고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만 각오하면 무서운 일도 아닙니다. 한 개만 포기하면 됩니다. 바로 돈입니다. 연기라는 것은 계속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TV 출연을 해야 할 겁니다. 당분간은 안 시켜줄 것 같아요.

그런데 임신해서 어차피 못해요. 겁을 내는 것도 정말 그럴 만한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욕을 흔쾌히 먹든가, 욕먹기 싫으면 방법을 연구해 보면 됩니다.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등. 조남호 회장 같은 분들도 그들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고 그들이 보면 제가 저주 받은 좌빨 무언가처럼 보일 것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옳은 대로 하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것인가입니다.

나만 옳다고만 하면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재밌게 하면 먹힙니다. 내가 행복한 것이 1번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얼굴이 펴서 즐거워 보입니다. 궁금해서 따라오게 됩니다. 그런데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고민하게 되고 무거워집니다. 그러면 옆에 가기 싫어집니다. 대단하다 정의롭다 잘 갔다와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보통의 마음이지요. 무엇을 하든 여러분이 반드시 먼저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면 같이 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 한 아이의 엄마가 되시는데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신지요?

"좋은 엄마가 되지는 못할 것 같고 알아서 크겠지요. .. 대학 안 간다고 하면 공부 안 시켜도 될 것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의 좋은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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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2011, 마지막 소원 / 김여진    2011.12.22

사회문제,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그 첫 시작은 4년 전 ‘어린이날 거리캠페인’에서였다. 드라마 <이산>에서 ‘정순왕후’를 할 때였고, 아시아에서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거리캠페인에 참석하면서였다. 캠페인을 마치고 많은 사례들에 대해 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아이들의 참상. ‘기아’가 아닌 ‘아사’의 상태에 내몰린 사람들. 설명만 들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신 자신이 그 고통을 잊을까봐 단식중이시던 법륜 스님을 뵈었다. 48일째 단식중이셨고 여기저기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계셨다. 놀라웠다. 사람이 48일을 굶어도 죽지 않는구나. 저렇게 활동하고 말도 할 수 있구나. 그럼 얼마나 굶어야 사람이 죽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고 내친김에 굶어봤다. 5일째 되는 날 더는 견디지 못하고 미음을 먹으면서 눈물이 났다. 그 한 숟가락의 죽이 너무 따듯하고 맛있어서. 어지럽고 메슥거리고 온몸이 괴롭던 증상이 그 한 모금에 싹 가심을 느끼면서. 죽는 순간까지 그 고통에 처해 있을 사람, 아이들 생각에 울고 또 울었다.